자본주의를 설명하는 이론 중에 20세기에 유행했던 이론 중 하나는 레규라시옹이론이다.
레규라시옹이론의 해석은 '조절이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레규라시옹이론은 케인즈주의와 같은 '이론'이라기 보다는 '관점' 혹은 '접근방법'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레규라시옹이론이 바라보는 자본주의는 '조정양식'과 '축적체제'로 구성된다.
조정양식은 경제시스템 내부에서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 즉 경제인들의 경제적 선택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제도 등을 의미한다.
축적체제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통상적인 경제지표(ex>이윤, 임금, 소비, 투자, 고용, 국제수지...)를 말한다.
레규라시옹이론이 주목하는 경제현상은 경제 위기와 성장에 관한 것이다.
주류경제학 특히 고전파 내지 신고전파 경제학은 경제현상을 발전, 균형, 성장의 측면으로만 보는 반면, 맑스 경제학은 붕괴, 위기, 몰락의 측면만으로 경제현상을 설명하는데, 레규라시옹이론은 그것 모두를 비판한다.
레규라시옹이론이 바라보는 경제는 발전과 위기가 교차한다.
레규라시옹이론에 따르면, 경제발전이란 조정양식과 축적체제가 일치해서 순리적으로 작동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해가지지 않는 대영제국, 미국 포드주의의 유행 등등이 그런 메카니즘의 발현이다. 반면에 공황이나 위기의 도래는 조정양식과 축적체제가 불일치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예를 들어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은 포드주의 고전파경제학이 그 시대가 요구하는 경제체제과 맞지 않아서 발생한 위기였고, 그것을 뉴딜과 같은 케인즈주의의 도입으로 극복해나간 것이다. 이 처럼 조정양식과 축적체제가 불일치하게 된 원인은 단순한 순환론이 아닌, 경제성장과정에서 물적 체제를 제도 등이 따라가지 못하는, 즉 경제발전으로인해 발생하는 불일치인 셈이다.
따라서 경제는 언제나 균형을 이루며 성장 발전만 하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순환적인 위기가 정해져있다거나 대붕괴의 과정에 있다고 보지 않고, 성장 발전하는 것이나 그 과정에서 새로운 체제가 도입되는 일종의 성장통으로서 위기가 교차하여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다.
일면 타당하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이에 대하여 현대 맑스경제학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즉, 자본주의 경제는 스스로 끊임 없는 생산력 발전을 추구해온 결과 현재 생산력 발전의 한계에 도래했고, 그것을 타개하려는 과정에서 금융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전에 도래했던 것과 다른 양상의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본다.
풀어서 적시한다면, 생산력 발전의 방향은 기계에 의한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기계에 의한 생산은 그 장비의 도입에 큰 투자비용이 필요하고 그 비용의 조달은 인력의 축소 혹은 고용유연화를 통해 달성한다. 그리고 브레튼우즈체제의 붕괴로부터 시작한 화폐의 상품화는 금융시장의 도입을 촉진시키는데, 자본가는 생산현장에서의 자본 증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자본증식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지주회사의 등장, 주식거래시장의 확대, 금융상품의 증가는 그러한 증거이다. 자본가는 생산력 증대에 한계에 봉착하자 기계화, 고용유연화, 그리고 금융화를 통해 자본을 증식해나간다. 그 이전에는 생산력 발전이 전체 경제규모를 확대시키는 방식으로 자본을 증식시켰다면, 현대에는 더이상의 생산력 발전이 어렵거나 큰 비용이 들어서 금융투기를 통해 파이 빼앗기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몰고 올 위기는 얼마전 있었던 엔론파산, 모기지론 사태, 미국발 금융위기와 같은 파생금융상품으로 인한 위기로 드러난다.
이처럼, 맑스경제학은 현재의 위기는 레규라시옹이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장통으로서 체제전환의 시기라기 보다는 자본주의 발전과정에서 생산력 발전의 한계가 몰고오는 위기로 봐야하고, 레규라시옹이론의 설명처럼 자연스럽게 안정과 발전시기가 도래하지 않을 것이며, 더 큰 위기가 도래할 것이므로 현재 자본가의 금융시장의 확대를 폐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규라시옹이론이 경제현상을 물적토대와 그 상부구조의 현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맑스경제학과 닮은 부분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은 사뭇다르다. 대체적으로 레규라시옹이론이 설득적인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위기를 설명하는 데에는 현대 맑스경제학의 비판이 더 설득적으로 들린다.
먼저, 레규라시옹이론이 설명하려했던 물적토대와 상부구조의 상관관계의 문제이다. 상호피드백관계라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물적토대와 상부구조가 어긋나는 부분의 설명이 불충분하다. 그저 경제 발전의 결과라고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그리고, 경제가 방향성을 가지고 언제나 발전한다고 하는 것도 지나친 가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지금 닥친 금융위기는 인간의 삶에 보다 큰 탄력을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것이 경제발전인가?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고, 오해한 부분이 많을 것으로 안다. 앞으로 보충해 나가겠다.
참고 : 「20세기 자본주의」, 1995, 한울 출판사. /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2009, 그린비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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